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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은 놀이와 배움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김혜정(가천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

휴머노이드란 Human(사람)과 oid(~와 같은)의 합성어로 모습이나 행동이 인간과 유사한 것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따라서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인간과 가까운 지능과 신체(머리, 몸통, 팔, 다리)를 갖고 걷거나 뛸 수 있고, 인간 친화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을 의미한다.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환타지아>(1940)에서는 미키마우스가 말썽 많은 제자로 등장한다. 어느 날 마법사가 외출을 하며 제자에게 그동안 물을 길어놓으라고 명령한다. 일하기 싫었던 미키마우스는 어설프게 배운 마술을 써서 빗자루가 자기 대신 물을 긷게 한다. 그리고는 달콤한 낮잠을 즐기던 사이, 빗자루가 멈추지 않고 계속 물을 길어오는 통에 그만 주변이 온통 물바다가 돼 버렸다. 빗자루를 멈추게 하는 방법을 몰랐던 미키마우스가 허둥지둥 난리법석을 떠는 소동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피곤한 노동의 일상을 벗어나고픈 인간의 욕망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모방한 자동기계를 상상하게 하였고, 이 자동기계는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펙의 희곡을 통해 ‘로봇(robot)’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로봇은 허드렛일 또는 노예상태를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온 말이다).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로봇은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드디어 인간과 유사한 지능과 신체를 갖추게 되었고, 가정, 일터, 학교 그 외 서비스 환경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세상이 되었다.

21세기 디지털 교육 혁명은 우리가 배우고, 놀고, 일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켰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역량인 컴퓨팅 사고,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융합역량, 디지털 시민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이주호, 정재영, 2021; OECD, 2018). 이와 같은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 테크놀로지로 주목되는 것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이는 즐거움과 학습 효과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교육에 사용된 것은 1983년 미국에서 소개된 이동 가능한 소형 로봇이 시초이며, 국내의 경우, 2009년 ‘유아교육선진화계획’을 통해 아이로비Q, 제니보 등의 지능형 로봇과 다양한 교구로봇이 유아교육 현장에 소개되었고, 그간 로봇의 교육적 활용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져 왔다. 최근 대상과 환경을 인식하는 것에서 부터 상황과 감정을 추론하고 합리화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으로 유아들의 놀이와 배움을 보다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되었다. 서울시에서 지난 8월 부터 영유아들의 언어·정서발달을 도와줄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을 어린이집에 무상 대여해주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반가운 일이다.

튜터로서의 로봇, 튜티로서의 로봇, 그리고 친구로서의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의 교육적 사용은–물론 교육현장에서 활용의 효과성, 효율성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지만- 많은 장점이 있다. 여타의 인공지능 매체와 구별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과 유사한 외형과 기능이다. 걷고 말하고 손을 흔드는 등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 할 수 있는 로봇은 말 그대로 인간의 몸짓을 따라 함으로써 학습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실제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아동의 친화력은 로봇이 바퀴가 달린 것이 아니라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때 더욱 증가한다(Mori, MacDorman & Kageki 2012). 또한 새로운 단어를 학습할 때, 태블릿 보다 로봇을 통한 학습을 강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Westlund, 2015). 따라서 다소 어려운 것이라도 재미있고 역동적인 방법으로 즐겁게 배울 수 있다. 튜터로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유능하다. 일례로 수학을 가르치는 인공지능 로봇 교사 에이미는 아동들이 수학을 못한다고 해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는다. 자존감을 깍는 발언을 하거나 뒤처지는 아동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대신 곁에서 문제 풀이과정을 세심하게 지켜보면서 실수하거나 틀린 부분을 부드럽게 짚어주고, 학생들이 이해할 때까지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한마디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수학교사의 역할을 할 뿐이다. 아동들은 선생님이나 동료들 앞에서보다 로봇 앞에서 덜 위협을 느끼며 더 기꺼이 실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Pandey, 2017). 이같은 상황은 학습 및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들에게 더 많은 참여를 허용하고 자신감을 쌓는 데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연구에 따르면 학습자들은 자신이 에이전트를 가르칠 때 과제에 더 많은 집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간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르치는 것의 효과성을 밝히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결과에 따르면 연령에 관계없이 가르치는 동안 읽기, 쓰기, 셈하기, 추론 뿐만아니라 메타인지의 향상이 이루어지고 있다(Pandey, 2017). 함께 게임이나 율동을 하는 것, 로봇이 작동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 책을 읽어주거나 쓰고 추론하는 것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아동은 스로 지식과 기술, 태도를 터득하게 된다. 이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동의 학습을 촉진하는 또래 학습자이면서 동반자의 역할을 한다. 한편 아동들의 로봇에 대한 인식은 사람은 아니지만 여타의 기계와 달리 친구처럼 애착을 느끼고 자신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로봇을 약한 존재로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돌보려는 태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동이 스스로 활동에 주도성을 갖고 참여하도록 촉진하고 몰입과 즐거움을 제공하므로서 놀이를 통해 배움으로 나아가도록 지원하며 궁극적으로 지식생산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어린 시절은 코딩, 로봇, 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멋진 시기이다. 어린 아이들은 그들 주변의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오늘날 그 세계에는 테크놀로지가 포함되어 있다.

편견없이 테크놀로지와 공존하는 교육

앞으로 테크놀로지는 더 정교해지고,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더 확장될 것이며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연령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와 반대도 적지 않을 것이다. 호주의 세인트 피터스 여학교 유치원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2~5세 교육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 유치원의 크리스티 포플리시아 부원장은 "아이들은 로봇과 친구처럼 소통하며 컴퓨터적 사고를 기르고 있다"며 "미래에도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될 아이들이 로봇을 공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편견 없이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아래와 같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에서 아동은 이미 이미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있다.

‘가장 훌륭한 교사는 유아가 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유아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때 유아가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새롭게 등장하는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도 유아들과 같은 호기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 유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전하게 제공하는 일 또한 교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교육용 로봇 분야는 많은 방법론과 교육과정, 이니셔티브와 경쟁을 통해 발전되어 왔으며 교육에서 로보틱스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변화의 속도와 교육의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이 기술을 앞서지 못하면 결국 느린 성장과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밖에 없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참고문헌

1) [그림] 다양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
2) 그림출처 : A child with language robot Nao.CITEC / University Bielefeld

이주호, 정재영(2021). AI 교육혁명. 서울: 시원북스
Mori, M., MacDorman K. F., & Kageki, N.(2012) “The Uncanny Valley [From the Field],” in IEEE Robotics & Automation Magazine, 19(2) 98~100 OECD(2018). OECD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The future we want.
http://www.oecd.org
Pandey A.K., & Gelin R.(2017), Humanoid Robots in Education: A~Short~Review.
Goswami A., Vadakkepat P. (eds) Humanoid Robotic.
Westlund, J.K. (2015), A comparison of children learning new words from robots, tablets, & people, in Proceedings of New Friends: The 1st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ocial Robots in Therapy and Edu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