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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of the year

유아와 교사의 자유로운 소통 공간으로서의 디지털 아바타 만들기

동풀잎(국립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조교수)
전하윤(삼성유치원 원장)

어린이미디어연구에서 2021년 게재된 논문 중,
미디어와 관련된 우수논문을 소개합니다.

계층간, 세대간, 종교간, 지역간 다양한 갈등을 겪는 현 시점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타인의 의미를 이해하며, 상호 간의 의미를 공감·소통하는 능력은 유아들과 교사들은 물론 우리에게도 필수적인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유아교육현장은 다양한 사회 정치적인 이유들로(예: 바쁜 하루 일과, 높은 유아 대 교사의 비율, 교수자-학습자의 상하 위계적인 관계 등) 개인적이고도 소소한 일상에 관한 대화와 긴밀하고 상호호혜적인 교류를 통한 소통이 어려워졌다. 또한 그동안 우리는 제한된 방식(읽기, 쓰기, 그림그리기 등)으로 유아들의 소통능력을 판단하고 평가내리며 그들의 복잡하고 독창적인 소통방식과 내용들을 놓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 유아와 교사가 보다 쉽게 소통하고 일상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디지털매체를 활용한 아바타 만들기를 제안하였다.

디지털 아바타는 오늘날 유아들의 디지털 초상화(digital self-portrait)이자 다양한 정체성 표현방법으로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독창적 표현수단이자 교육적 매체이다(Liao, 2010; Oravec, 2012; Marsh, 2010). 디지털 아바타를 표현하기 위해 유아와 교사는 온전히 꾸미고자 하는 그 대상(자신 또는 타인)에게 집중하고, 그 대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의미들과 상징들이 한데 뒤섞인 이미지들을 조합하게 된다. 또한 그들은 아바타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과 사회적 기호들을 마주하게 되며 그 속에서 다양한 시각적, 사회적 기호들을 읽고 해석하며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 배치, 변형, 조합을 시도하게 된다. 이러한 시도 속에서 유아와 교사는 자신들의 다양한 정체성, 주관성, 주체성 뿐만 아니라 예전 경험들과 개인적 서사, 사회문화적 담론과 가치들을 서로 공유하게 되고 서로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교감을 시도하면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아바타 만들기 활동을 자유롭고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포용하고 소통하는 중요한 사회적, 실험적 공간으로 인정하며, 화자-타자, 디지털-아날로그, 실제-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다채로운 사회문화적 담론들과 가치들이 혼재된 포스트모더니즘적 공간임을 주장한다. 이에 본 연구는 유아들과 교사가 만든 고정된 디지털 이미지의 의미와 내용을 분석하기보단,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아바타 만들기 과정 속 리좀적이고 회절적이며 보다 즉흥적인 선택과 표현의 과정(Deleuze & Guattari, 1980/1987)을 통한 그들의 놀라운 의미 만들기 과정에 집중하였다. 즉, 아바타 만들기는 명사로서의 하나의 고정된 의미가 아닌 복수의 동사형으로 언제나 변형가능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다원적이면서 때론 비의미적이고 이질적인 새로운 의미로서 디지털 아바타 만들기 과정에 대한 탐구라고 볼 수 있다.

유아-교사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알아보기 위해 본 연구는 2019년 8월 말에서 11월 말까지 전라남도 광양시에 위치한 H유치원의 만 4세 교실인 잎새반에서 이루어졌다. 잎새반 담임교사 1명, 남아 6명, 여아 5명(유아 총 11명)이 연구참여자로 참여하였으며 총 24회의 아바타 만들기 관련 다양한 활동들(예: 자신의 아바타 만들기, 친구 아바타 만들기, 교사 아바타 만들기, 교사가 유아 아바타 만들기)을 연구자와 함께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아바타 만들기 어플리케이션은 VonVon, Inc (2016)에서 개발한 “VonVon mini”로 유아들과 교사가 보다 쉽고 재미있게 아바타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얼굴형, 눈, 코, 입, 피부색 뿐 아니라 독특하고 재미있는 옷, 악세사리, 배경색 등을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질적 연구 방법들(참여관찰, 사진/영상분석, 비구조화 된 유아/교사 면담, 아바타 자료 수집, 교사 저널 분석, 등)을 통해 교사와 유아의 아바타 만들기 프로젝트 속 그들의 다양하면서 복잡한 소통방법과 형태, 경험들을 수집·분석하였다.

[그림] “VonVon mini”어플리케이션 screen capture 이미지

그 결과 디지털 아바타 만들기 활동은 유아-유아, 유아-교사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는 풍부한 시각적 단서들과 소재 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들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유아와 교사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바탕으로 아바타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배경색, 옷, 얼굴표정, 가방, 헤어스타일 등의 아이템들을 선택하고 이를 적극 표현하며 공감과 소통을 시도하였다. 때론 몇몇 유아들은 먼저 아바타 아이템들을 선택하고 그 아이템에 대한 의미들을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하여 적극 표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 속에서 유아들은 (때론 생각지도 못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공유한다는 것이었다. 아바타 만들기를 통한 그들의 의미 만들기 과정은 “탈주선(line of flight)”(Deleuze & Guattari, 1980/1987)과 같아서 그 의미와 방향성, 의미들은 고정되거나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 상황과 맥락에 따라 일탈과 새로움을 시도하며 다양한 의미들과 방법들을 재창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 잎새반 유아들은 같은 어플리케이션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며 여러 번 자신의 아바타를 꾸며도 매번 다른 아바타의 이미지와 의미들을 생산해내며 아바타 속 자신들만의 다양하고 복잡한 의미들과 가치들로 재배치시켰다. 또한 유아들은 친구와 함께 아바타 속 아이템들에 대한 친구의 의견을 묻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다양한 협상과 타협을 통해 교감하려고 노력하였다. 뿐만 아니라 교사는 아바타 만들기를 통해 유아와 교사만의 크고 작은 일상적 서사를 함께 공유하고 대화하면서 서로에 대해 신뢰감이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교사 자신의 모습과 행동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며 보다 열린 태도로 유아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아바타 만들기는 더 이상 가상적 놀이이자 단순한 모방적 표현 놀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유아들과 교사의 현실 놀이이자 그들의 현실을 재생산하고 재구성하는 놀이(Marsh, 2010, p. 35)이자 소통 공간으로서 본 연구는 유아와 교사의 아바타 만들기의 그 가치를 새롭게 볼 것을 주장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유아들과 교사들에게 있어 디지털 매체는 그들의 일상생활이 되어버렸다. 이젠 유아교육기관에서 유아를 위한 디지털 매체의 허용 또는 제재라는 이분법적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모든 것이 급변하는 다변화 시대에 유아교육 현장의 교사와 유아들의 수백가지의 다양한 목소리와 소소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귀 기울이기의 교육 (pedagogy of listening)”(Lenz Taguchi, 2010/2018)으로서 디지털 매체를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유아와 교사의 일상생활 속 가상적, 현실적 세계를 아우르며 융합적, 다각적으로 서로의 생각에 경청하고 이해하며, 존중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공간으로서 디지털 아바타 만들기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이러한 시도는 현재 많은 유아교육현장에 디지털 매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Deleuze, G. & Guattari, F. (1987). A thousand plateaus (B. Massumi, Trans.).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Original work published 1980)
Lenz-Taguchi, H. (2018). 들뢰즈와 내부작용 유아교육: 이론과 실제 구분 넘어서기[Going beyond the theory/practice divide in early childhood education: Introducing an intra-active pedagogy]. (신은미 등 역). 서울: 창지사. (원저 2010년 출판)
Liao, C. L. (2010). Avatar as pedagogy: Critical strategies for visual culture in the virtual environment. In R. W. Sweeny (Ed.), Inter/actions/Inter/sections: art education in a digital visual culture (pp.182-189). Reston, VA: National Art Education Association.
Marsh, J. (2010). Young children’s play in online virtual worlds. Journal of Early Childhood Research, 8(1), 23-39.
Oravec, J. A. (2012). Digital image manipulation and avatar configuration: Implications for inclusive classrooms. Journal of Research in Special Educational Needs, 12(4), 245-251.